대극과의 붉은대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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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룡 교수 홈페이지
퍼온 글__박기룡 / 경남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식물분류학 전공)
제주도를 포함한 남해안 일대는 희귀식물의 보고이다. 이곳의 야생화들 중에서도 일반인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소개하라면 대극 속(1) 식물인 암대극(E.jolkini), 대극(E.pekinensis), 붉은 대극(E.ebracteolata), 두메대극(E.fauriei)등을 들수 있다. 이런 식물들은 화려한 봄꽃의 이름으론 잘 어울리지 않겟지만 독이 많다 하여 ‘대극(大戟)’이란 이름이 붙어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대극과에 속하는 대극 속 식물은 10여종으로 세계적으로 2000여 종을 포함하는 본속 식물과 비교하면 보잘 것 없는 숫자이다. 하지만 이른봄, 남해안 바닷가, 숲 속 바위틈에서 우리를 유혹하는 식물은 단연 대극 속 식물들이라 할수 있다.
대부분의 꽃피는 식물이 암술과 수술이 화려한 꽃잎에 둘러싸여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것과는 달리, 대극 속에 속하는 식물은 녹색이나 적자색의 꽃차례(2) (꽃들의 모임)가 융합된 포에 싸여 하나의 꽃처럼 피어난다. 이들 독특한 꽃차례는 하나의 꽃으로 구성된 다른 꽃피는 식물에 비해 오랫동안 피어있을 수 있고, 타가수분(3)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어 생물학적인 장점이 많다고 할 수 있다. 화려한 꽃잎이 없어 벌이나 나비류를 유혹하진 못하지만 이 꽃차례 속은 이른 봄 방문하는 파리, 풍뎅이, 개미류가 쉬어가며 허기진 배를 채우는 곳이다. 나비, 벌들과는 달리 앉아서 꿀을 빠는 파리와 개미들에게는 대극류 식물들이 안성맞춤인 것이다. 잔모양의 꽃차례의 주위에는 당분을 분비하는 선체가 배열하여 이들 곤충을 유혹하고 있다. 대극류식물의 또 다른 특징은 줄기, 잎 할것없이 식물체의 모든 부위에서 독성이 있는 흰색의 유액을 분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예로부터 이들의 유액과 종자는 짐승을 사냥하거나 해독을 위해 널리 이용되어 왔으 뿐 아니라 약재로써도 널리 알려져 왔다. 특히 피부에 묻을 경우 심한 알레르기 현상을 나타내 가축과 인간들에게는 독성식물로 주의를 요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독성을 나타내는 독특한 방어 물질을 함유한 대극류 식물은 사막에서부터 열대의 고산지대, 온대지역의 초원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어느곳, 어떤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여 진화해 왔다. 아메리카의 사막에 선인장이 진화 해왔다면, 단연 아프리카 사막에는 가시로 덮인 대극 속 식물이 다양한 모양으로 진화되어 왔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독특한 잔모양의 꽃차례와 유액을 갖고 있어 아메리카의 선인장과는 연관이 없음을 보여 준다. 또한 이들은 잡초로써도 널리 알려져 왔는데, 특히 등대풀(E. helioscopia), 흰대극(E.esula)은 우리나라 남해안 바닷가나 논가 밭뚝에 널리 서식하는 잡초로 이름이 나 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대극 속 식물은 세 종류로, 풍도대극(E. ebracteolata var. coreana), 섬흰대극 (E.nakaii)그리고 두메대극(E.fauriei)을 들수 있으면, 이들을 포함한 한국산 대극속 식물의 기원은 지중해 연안과 서아시아 사막의 고원지대에서 발원했다고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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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극식물 중, 이른 봄 가장 일찍 봄소식을 알리는 풍도대극은 서해 풍도에서 처음 발견되어 그 이름이 붙여졌지만 내륙의 내장산, 남해안 여항산, 강원도 설악산에 분포하는 붉은대극(E.dbracteolata var. ebracteolata)과 는 아주 가까운 형제 간이라 할 수 있다.★
풍도대극과 붉은 대극은 다른 식물들이 고이 잠자고 있는 초봄에 산속 계곡주변과 바위 틈에서 적자색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꽃샘 추위를 가져오는 봄의 전령이라 할 수 있다. 어릴때 붉은 적자색을 띈다하여 붉은 대극이라 불리지만 자라면서 붉은 빛은 점점 없어지고 녹색을 띠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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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붉은 대극은 다육성의 부리를 갖고 있어 이른 봄 잎과 꼭을 피울 수 있는 충분한 영양물질을 저장하고 있다. 또한 이 식물은 다른 식물들이 하나, 둘 새싹을 피오는 늦은 봄 쯤 되면 벌써 종자를 맺어 다음해를 준비하며, 말라버린 줄기에 의지하기 때문에 웬만한 식물학자들도 이들의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제주도 바닷가에는 섬힌대극, 암대극, 등대풀 등 유독 대극속 식물들이 많이 자란다. 그 중에서도 섬흰대극은 바닷가 모래 언덕을 유일하게 뒤덮고 있는 우리나라 자생식물로,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하는 흰대극 보다는 전체적으로 대형이고 줄기의 잎이 도란형으로 흰대극과는 구별된다 할 수 있다. 흰대극과 섬흰대극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대극류 중 꽃이 피지않는 영양경을 유일하게 갖고 있는 종들로 20Cm 내외의 크기로 4월에서 5월 노란색의 꽃 차례를 피운다. 특히 선체의 모양이 초생달 모양이라 타원형의 선체를 갖는 다른 종들과는 뚜렷이 육안으로 구분된다. 내륙의 산 속 응달에도 잘 적응하여 살아가는 종으로 개감수(E.seiboldiana)를 들 수 있는데 이도 초생달 모양의 선체를갖고 있어 흰대극과는 아주 가까운 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삼각형의 포엽은 붉은 대극과도 연관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바닷가 암석지역에 드물게 분포하는 암대극은 원래 그 기원이 일본, 대만 등지로 추정되며, 유일하게 바닷가 바위 틈에 적응하여 이름도 암대극이다. 특히 개미가 유일한 수분매개자인 암대극은 녹황색의 꽃차례 뿐 아니라 다육의 줄기와 잎, 옴 같은 돌기가 과피에 나 있어 다른 종들과는 뚜렷이 구별된다. 한라산 140m이상의 정상에 유일하게 자생하는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두메대극을 들 수 있는데 이는 내륙에 널리 분포하는 대극과는 형태적으로 매우 유사하나 전체적으로 왜소하며 줄기가 가늘고 포복성의 특징을 갖는 고산지대에 잘 적응한 식물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중국을 비롯한 극동아시아에 널리 분포하는 대극은 우리나라에도 내륙지방에 넓게 분포하는 종으로, 다른 종들에 비해 키가 크고 양지 바른 산자락 길가에 5,6월이면 녹황색의 꽃을 피우지만 최근 들어 이들의 분포와 개체 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이들에 대한 보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에는 10여 종의 대극 속 식물이 자라고 있지만 무분별한 서식지 파괴로 말미암아 현재 남아 있는 개체들은 멸종의 위기에 직면하고있다. 이들이 사라진 우리의 숲을 상상하면 안타까움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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